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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직접 겪어본 2주 자가격리…감염병이 코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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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직접 겪어본 2주 자가격리…감염병이 코 앞에
  • 장상오 기자
  • 승인 2020.09.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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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세상이 떠들석했지만, 그래서 마음 한편으로는 '나도 조심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저 '먼 나라' 혹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지난달 24일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전화벨이 울렸다. 평소 월요일 오전이라면 절대로 전화를 하지 않을 아내에게 오는 전화에 받으면서도 순간 '무슨 일이 있나'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니다 다를까. 아내는 다급한 목소리로 "아들 유치원에 다른 아이가 코로나에 걸렸데. 지금 당장 데리러 가야해"라고 소리쳤다.

▶보건소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부랴부랴 집으로 가보니 이미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집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 지침대로 곧장 인근 서울 마포 보건소로 향했지만, 이미 보건소엔 해외 입국자들로 가득 붐비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도권발 집단감염이 본격화 한지 일주일 쯤 지난 때라 그런지 더욱 사람들이 붐비는 상황.

보건소 천지가 전부 마스크를 찬 성인들로 바글거리고 대기줄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우리는 아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리기도 무서웠다.

얼른 검사 문의를 하러 달려갔지만 "오늘은 검사를 받을 수 없다. 내일 다시오라"는 통보만 받아 들었다. 다음날은 9시에 맞춰 일찍부터 서둘러 갔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받아든 대기표는 87번.

'해외 입국자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확진 받은 유치원 아이는 도대체 누구한테 감염됐을까'하는 못난 생각까지 별의 별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5살 아들은 꼬챙이 같은 면봉이 콧속 깊 숙히 들어가자 울음을 터뜨렸다.

'다 어른들 잘못이지. 저 어린 녀석이 무슨 죄라고...' 집에 오는 내내 머릿속을 괴롭히는 생각과 검사 결과에 대한 걱정때문에 그날은 아내와 나, 모두 밤을 지새고 말았다.

▶감옥 같은 2주

다음날 문자로 음성 통보를 받기 전 까지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설멸할 수 없다.

아들과 몇몇 아이들의 검사를 끝으로 유치원 전체 어린이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우리는 안도했다. 그리고 곧바로 2주 동안의 자가격리 기간에 돌입했다.

사실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2주 쯤이야 금방이지'라는 생각은 집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지 닷새만에 덧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집에 있던 식자재가 모두 떨어졌고, 쓰레기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부모 중에 한 사람만 격리하면 돼"라는 내말에, "그러다 혹시 잘못되면 이사가야한다"던 아내의 강경한 태도도 일주일만에 쏙 들어갔다.

최대한 외출을 삼가하는 선에서 분리수거만 했다. 식자재 및 다른 모든 것들은 배달로 해결했다.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분리수거도 13층까지 계단만을 이용했다.

이때쯤 우리 부부는 심각하게 느꼈다. 우리가 같혔다는 것을. 세상과 분리 됐다는 것을.

한참 에너지를 소모해야하는 아들은 밑에집 피해갈까 뛰지도 못하게 하니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거의 하루종일 보챘다.

보건소인지 재난본부인지 모를, 집에 있는지 확인하는 비상벨 소리와 전화벨이 울릴때마다 내 신경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아내는 아들과. 나는 혼자 집안 일과 밖에 나가야하는 모든 일을 했다. 아내가 하던 집안 일들의 무게를 새삼 깨달으며 보낸 반성의 나날들.

드디어 9월 2일. 자가격리 해제 전 재검사를 받으라는 보건소 문자를 받았다. 보건소를 다시 가야한다는 말에 아들은 새벽부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오고 가는 내내 이동 상황을 보건소 직원에게 보고했다. 집에서 이탈하자 휴대폰이 끊임 없이 경고벨을 울렸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우는 아들을 보니 또다시 드는 못난 감정들. 그리고 애태우는 '음성 판정' 기다림에 정말 지쳐버렸다.

자가격리만 끝나면 필요한 물건들 사러 갈 곳을 정해놨던 아내는 자가격리 해제 통보를 받고도 밖으로 나가기를 무서워하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중인 많은 분들과 또 후유증에 고생하시는 분들을 응원 합니다. 그만큼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가까이 근접해 있고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리며 우리 생활 전체를 파괴한다는 심각성을 알리기위해 직접 경험한 2주간을 알립니다.>

장상오 기자 ficsiwoos@channel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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