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리는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그대로 유지되는 이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대출 금리가 오르는데 반해 예금 금리는 제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0.7%로 수준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운 셈이다.
1000만원을 은행에 예금했을 때 1년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700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은행에 예금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전혀 없다고 보면된다.
은행들이 올해 들어 예금 금리를 세 차례 낮춘 것도 이상하게 보인다. 은행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 낮춘 이후 3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예금 금리를 일제히 하향했다.
이후 5개월 간 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 10월 0.2%포인트 또 다시 낮췄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있는데도 예금 금리를 낮춘 것이다.
이 당시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신용 대출 조이기를 시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수익을 방어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낮추는 정책을 펼쳤다. 동시에 대출 금리는 올렸다.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은 급격하게 늘어난 신용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본격화했고 최근에는 카카오뱅크까지 직장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고신용자 대상 대출 금리를 종전 대비 각각 0.1%, 0.25% 포인트 인상했다.
이 같은 은행들이 정책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예금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짧은 기간이나마 추가 이득을 취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출 금리를 올린 후 기간을 두고 예금 금리를 천천히 올리면서 짧은 기간이나마 마진을 챙긴다는 것인데 이게 과연 서민들을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은행을 위한 정책인 지 모르겠다.
일각에서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를 산출하는 방식이 달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반박도 있다.
하지만 예금은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비춰볼 때 쉽게 납득가지 않는 정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은행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황지연 기자 hjy0802@channelin.co.kr